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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기병대 연출과 김정은의 백마, 그 구조적 유사성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을 앞두고 지난 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량 행렬 앞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기병대가 나타났습니다. 1898년 미국과 스페인 전쟁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조직한 의용 기병연대 '러프 라이더스(Rough Riders)'를 재연한 모습으로, 노스다코타주 루스벨트 도서관 개관식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마 타기가 떠오릅니다. 북한에서 백마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교리에 가깝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만주 벌판에서 백마를 타고 항일운동을 했다는 그림으로 자신이 '혁명 세력'임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1963년 4월에 촬영된 승마 사진이 존재하며, '장군님 백마 타고 달리신다'는 노래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집권 직후인 2012년 1월 8일 북한이 공개한 첫 기록영화에는 백마를 탄 김정은이 등장했고, 그해 11월 노동신문 1면에는 기마부대 훈련장에서 측근들과 말을 탄 그의 모습이 실렸습니다. 21세기의 지도자가 19세기에나 있었을 법한 기마 사열 장면을 연출한 것입니다. 백링크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백두산 혁명 세력의 혈통을 강조하기 위해 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대중매체에 보도되기 위해 만들어지는 사건을 '의사사건(pseudo-event)'이라고 불렀습니다. 의사사건은 미리 충분히 기획되기 때문에 진짜 사건보다 더 잘 정리되어 있고 극적입니다. 노스다코타의 기병대도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초상화나 1898년 말 위의 루스벨트 사진도 그 계보에 있습니다.
말을 타는 사진은 선거로 뽑힌 대통령에게는 애초에 필요 없는 그림입니다. 정통성은 투표함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기병대를 앞세웠습니다.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의 이미지를 빌려 자신을 신화의 반열에 올리는 이 연출은, 열병식에 딸의 백마를 세우는 평양의 연출과 구조적으로 같습니다. 국가 서사의 기원을 현재 권력자에게 투영시켜 역사로 만드는 작업, 즉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세습 독재의 이미지 문법과 같은 연출을 한 셈입니다.